[시와 사색]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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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김종삼
나의 이상(理想)은 어느 한촌(寒村) 역(驛) 같다
간혹 크고 작은
길 나무의 굳어진 기인 눈길 같다.
가보진 못했던 다 파한 어느 시골 장거리의
저녁녘 같다.
나의 연인(戀人)은 다 파한 시골
장거리의 골목 안 한 귀퉁이 같다.
김종삼 전집 (나남 2005)
생각해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온전한 것. 이것을 이상(理想)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이상은 동떨어진 별세계에 있는 게 아니라 나의 감각 속에서 태어나고 머무는 것입니다. 다만 생활과 현실 탓에 가장자리로 밀려날 때가 많지요. 눈길을 주자니 마음이 아프고 발길을 잇자니 여유가 없기에 우리는 이상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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