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업② '한아탐과' '호응탐시'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S1ZA758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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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탐과 120.4x44.7cm 크기 비단에 수묵채색화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S1ZA7582A
호응탐시 120.4x44.7cm 크기 비단에 수묵채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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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열매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과일이 배인지 덜 익은 사과나 복숭아인지는 모르겠으나 몇날 며칠을 두고만 보다 결국 못 참고 서리하게 되면 어쩌나 싶다. 이름 모를 과일의 맛이 궁금한 게 아니라 그 빛깔이 고와서다. 붉지도 푸르지도 노랗지도 않은 열매의 색이 마치 손대서는 안될 하늘의 것은 아닌지 신비롭다. 초록과 파랑을 동시에 지닌, 그래서 숲에서 나왔나 하늘에서 내렸나 싶은 나무 이파리가 달린 열매의 신비감을 더욱 부추긴다. 곁에 앉은 갈가마귀(鴉)가 달 옆에 기댄 듯, 올려다보는 새가 해를 바라보는 듯 탐스럽다.
오원 장승업(1843~1897)에게 못 그릴 그림은 없었다. 산수, 인물화뿐만 아니라 꽃·새·짐승을 그린 화조영모화, 정물화 격인 기명절지도 등 여러 소재에 두루 능했다. 그중에서도 전하는 작품 수가 많고 특히 뛰어났던 분야가 ‘화조영모’였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한아탐과(寒鴉貪果)’는 갈가마귀가 열매를 탐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일 찾아 날아든 두 마리 산새를 그린 이 작품은 먹잇감 찾는 매 한 마리를 그린 ‘호응탐시(豪鷹眈視)’와 짝을 이룬다. 각각의 그림이 독립적으로 완결성을 갖지만 둘을 함께 둘 때 더 조화로운 구성을 이루는 대련(對聯) 형식의 쌍폭이다. 오원이 즐겨 그린 새가 기러기와 학·오리·닭·까치·앵무·구관조·참새 등 다양했지만 그중 단연 돋보인 게 매와 독수리 같은 맹금류였다. 야무지게 휜 매의 부리가 무기처럼 단단해 보인다. 노란 눈동자를 굴려 다른 데를 보는 척하지만 정확히 왼편 화폭의 산새를 노리고 있다. 살짝 벌린 녹색 부리 안쪽으로 낼름거리는 붉은 혓바닥과 눈 깜짝할 새 낚아챌 준비를 하고 몸통 안쪽으로 바짝 끌어올려 숨긴 한쪽 발에서 그 속셈이 읽힌다. 길이 120㎝가 넘는 두 폭을 나란히 두니 매와 산새들이 삼각형의 꼭지점이 돼 완벽한 구도를 이룬다. 화가는 그림 안에서 조경의 신(神)이 됐다. 꽃꽂이해놓은 듯 뻗은 가지와 색색의 꽃이 화사한 정취를 드리운다. 새를 그리며 묘사에 충실했다면 나무를 그릴 때는 흥에 취했다. 찍었다 밀고 잡아당겼다 꽂으며 휘두른 붓질이 먹을 놀려 꿈틀대는 가지를 그렸다. 테두리 없이 그린 몰골이 변화무쌍하고 옅게 칠한 담채가 부드럽고 산뜻하다. 화사한 정취와 팽팽한 긴장감이 조화를 이룬다. 서울대박물관 학예연구관을 지난 미술사학자 진준현은 “장승업의 화조영모화는 소재상으로나 화법상으로나 조선시대 전통회화의 총결산”이라며 “소재와 화법이 전통적이든 외래의 것이든 자신의 예술적 영감 속에 녹였고 아름다운 채색, 생동하는 필묘, 약동하는 생명력을 잘 표현해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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