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날 라면 한그릇의 추억과 회상! / 남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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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날 라면 한그릇의 추억과 회상!
초딩때부터 지게를 지며 땔감과 오징어 손질, 돼지와 염소를 돌보거나 착한 심부름의 댓가로 내 어머니께 삼양라면을 선물로 달라고 졸랐다.
왜 그렇게 신이 났든지,
하도 먹고 싶어 아궁이 큰 솥에 솔깔비를 지피며 눈콧물 뒤범벅된 껌댕 얼굴로 한 그릇의 라면을 생산했다.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너무도 과한 노력이었지만 젓가락 끝 행복에 천하를 얻었던 시절이 있었다.
가게도 없는 내수전 마을에서 말이다.
그 이후
숯불 풍로에,
석유곤로, 전기로, 버너로, 가스렌지, 인버터로 진화했다.
군복시절엔 불어 터진것도 사랑 했었다.
울릉에 온 이후로 일부러라도 한달에 한번쯤은 정례행사처럼 가지고 있다.
때로는 이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나에게 허락하고 싶고 그 시절 눈콧물의 추억을 승화 시키며 꼬불거리는 면발을 빨아들이는 순간에는 처절한 외로움도 자취를 감춘다.
아~ 나만의 착각의 찰나지만 나무람을 듣지 않아 좋다.
꼭 감자를 미리 넣고 부추나 달래, 쪽파, 필요시는 애호박까지 마지막엔 오징어가 필수다.
때로는 전복이나 독도새우 머리라도 곁들어진 날은 뭐 특식같은 생각으로 감사함을 가진다.
작은 냉장고엔 한권표 라면을 끓일 준비가 되어 있다.
가끔 집에 가면 아들 녀석의 취향과 부딪힐 때도 있지만 울릉에선 혼자만의 이런 시간을 가지고 있다.
휴일날 점심은 가급적 내손으로 만들며 콧소리도 지르고 지친 내 영혼을 잔잔케 하는 선율들과 함께 말이다.
내 소중한 회상의 시간이다.
요즘와선 나만의 맛이라 어떨지 몰라도 흔쾌히 함께 나누고픈 마음이 크다.
그땐 혹 꽁치 젓갈로 담근 뿔명이김치나 계피향의 비린속 김장김치와 곁들인다면 더 없는 자리가 될것이다.
내 작은 방안에 가득한 잡내를 빼려고 문득 창을 열었다.
오늘따라 촛대바위 너머로 너무 선명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봉다리 커피와 함께 팔짱을 꼈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문득 그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결론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끔이라도 할애하는 것!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어릴적부터 비린내에 인이 박힌 그맛을 내게 선사하는 소박한 한그릇으로 아주 족하다.
생명이 있는한 이런 추억과 나에 대한 의전은 계속된다.
혼자 있을땐 간섭 받을 이유가 없으니 이 자유가 좋다.
빈손으로 떠나야 할 인생,
세상에 내 것이 하나도 없는데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때로는 내 선호를 따라 나를 제대로 대접해 주는 것이 진정한 힐링이 아닌가요?
작년부터 규격적인 글을 쓰다가 연휴짬에 좋아하는 가을을 붙잡을려고 몇자 적어 봤습니다.
친구여러분, 멋진가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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