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갈기 같은 ‘나만의 상징’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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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는 초원의 제왕이지만 모든 사자가 제왕이 되는 건 아니다. 수컷 사자 중 3% 정도만이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자리가 아닌 것이다. 이 영광스런 자리에 오르려면 두 가지가 필수다.
우선, 기존의 제왕과 싸워서 이겨야 하니 힘이나 근육과 같은 전투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자리에 오를 수는 있지만 제대로 이끌어 갈 수는 없다. 집단을 실질적으로 유지하는 암컷 사자들이 새로운 제왕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멋진 갈기가 필요하다.
바람에 휘날리는 풍성한 갈기를 말하는 걸까? 아니다. 사자들 사이에서 이건 두 번째 조건일 뿐, 이들에겐 윤기가 나는 듯한 검은 갈기가 최고다. 최상의 건강 상태로 힘이 넘칠 뿐만 아니라 경험이 쌓여 성숙하다는 징표인 까닭이다. 사자들의 세상에선 힘 못지 않게 중요한 게 갈기다.
시각을 가진 생명체에게 이미지는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인데, 이런 이미지 중에서도 가장 농축된 의미를 담은 게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인류학자 빅터 터너는 “상징은 문화의 정수”라고 했는데,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나 대중을 상대하는 정치인들이 이걸 생명처럼 여기는 게 그래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라고 하면 그가 오로지 혁명의 힘으로 집권한 걸로 알지만, 사실은 상징의 힘이 컸다. 1959년, 카스트로가 광장에서 연설을 할 때였다. 연설 중간에 흰 비둘기를 날려 보냈는데, 무슨 일인지 날려보낸 비둘기가 돌아와 그의 어깨에 앉았다. 세상에,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그의 어깨에 앉다니! 비둘기가 적임자를 알아봤다! 사람들은 이렇게 믿었다. 카스트로에겐 ‘하늘이 내린’ 축복이 따로 없었다. 상징이 그 사람의 정체성과 동일시되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자의 갈기가 그렇듯, 상징이란 자신이 쌓고 만든 고유한 정체성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표현이어야 하고 품격 역시 여기서 나오는 건데, 이걸 돈과 힘으로 해결하려 한다. 과시가 아닌 자신 만의 매력 같은 상징이 그렇게 없을까. 상징물은 차고 넘치지만 진짜는 드문, 가히 상징의 빈곤 시대라 할 만하다. 한 번쯤 생각해보자. 명함 빼고, 명품 빼고, 고급 자동차 빼고, 내 힘으로 이룬 게 아닌 집안 배경 빼고, 한때 공부 열심히 해 나온 출신 대학을 뺐을 때, 나를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있기는 있을까.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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