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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列國誌] 2부 장강의 영웅들 (298) 제38장 구천의 와신상담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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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4회 작성일 23-02-1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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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장 구천의 와신상담 (1)

 

회계산(會稽山)에서 오왕 부차(夫差)에게 무릎 꿇고 항복한 월왕 구천(句踐)은 도읍인 제기(諸曁)로 돌아왔다. 시가(市街)는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하늘은 어둡고 백성들은 활기를 잃었다.

구천(句踐)은 왕궁 앞에 이르자마자 하늘을 우러러 통곡했다.

"나는 선왕의 유지를 받들어 월()나라의 번영을 도모하고자 했건만, 오히려 주초산에서 패하고 회계산에서 치욕을 당했도다. 이 어찌 통탄할 비극이 아닌가."

구천(句踐)의 주변으로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모든 신료가 함께 앉아 눈물을 쏟아댔다. 그들은 서로 부둥켜안았다. 망국의 왕과 망국민의 비통함이었다.

"아아, 이 몸은 천 리 먼 곳으로 볼모가 되어 떠나게 되었도다. 이제 떠나면 과연 언제 돌아올 것인가."

구천(句踐)의 애절한 하소연은 좀처럼 그치질 않았다.

어느 순간 한 신하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구천 앞에 가서 섰다. 대부 문종(文種)이었다. 그는 눈물을 훔치고 비장한 어조로 간했다.

"왕이시여. 신의 말을 들어보십시오. 옛날 은나라 시조 탕왕(湯王)은 하대(夏臺)에 수금되었고 주나라 문왕(文王)은 유리에 사로잡힌 바 있으나, 그들은 후에 다시 일어나 천자가 되었습니다."

"또 제환공(齊桓公)은 거나라로 달아났고, 진문공(晉文公)은 백적으로 망명했습니다만, 그 후에 다시 일어나 천하 패권을 잡았습니다. 이처럼 역대의 위대한 왕과 패자(覇者)는 한결같이 괴롭고 어려운 역경을 겪었습니다."

"오늘날 왕께서 부초산에서 패배를 당하고 회계산에서 굴욕적인 맹세를 하셨다고는 하지만, 이는 모두가 하늘의 뜻입니다. 남은 것은 지나간 간난(艱難)을 딛고 우뚝 서시어 대업을 이루는 일뿐입니다. 바라건대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스스로 굳은 뜻을 세우십시오."

문종의 이같은 말에 구천(句踐)은 문득 생각을 바꾸었다.

흔연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외쳤다.

"그대 말이 옳소.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나는 결코 이 나라 사직을 포기하지 않겠소."

그 날부터 구천(句踐)은 나라일을 정리하여 오나라로 출발할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먼저 그는 부고에 있는 보물을 내어 수레에 실었다. 또 여자 330명을 뽑아 그 중 3백 명을 오왕 부차(夫差)에게 보내고, 나머지 30명은 태재 백비에게 보냈다.

그러는 사이 한 달이 후딱 지나갔다.

이제 며칠 후면 5월이다. 구천(句踐)이 인질이 되어 오나라로 떠나야 할 날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때맞추어 회계산에 주둔하고 있던 오나라 장수 왕손웅(王孫雄)으로 부터 독촉장이 날아왔다.

- 빨리 출발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데리러 가겠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다.

월왕 구천(句踐)은 종묘로 들어가 하직인사를 올렸다. 선왕들의 무덤을 찾아 일일이 참배했다.

이윽고 구천과 그 부인이 오나라를 향해 떠나는 날이 되었다.

구천(句踐)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왕궁을 나와 절강(浙江) 나루터로 향했다.

범려와 문종 등 모든 신료들이 인질이 되어 떠나는 왕을 전송하기 위해 그 뒤를 따랐다. 절강 나루에 당도했다. 구천(句踐)이 배에 올라타려고 할 때였다.

대부 문종(文種)이 술잔에 술을 채워 높이 쳐들며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 하늘이시여. 우리 왕을 도우소서. 처음에는 괴로울지라도 후일엔 반드시 영광이 있게 하소서. 불행한 자로 하여금 덕()을 기르게 하시고, 근심 걱정을 복으로 변하게 하소서. 위세를 자랑하는 자를 망하게 하시고, 하늘의 뜻에 복종하는 자를 번영케 하소서.

- 한 번 불행한 자에겐 다시 불행이 없게 하시고, 한 번 눈물을 흘린 자에겐 두 번 눈물을 흘리게 하지 마소서.

이어 그는 술잔을 구천에게 바치며 말했다.

"왕이시여, 부디 이 간난(艱難)을 헤치고 꿋꿋하게 서십시오. 오늘의 이 애간장 끊어지는 고통을 결코 잊지 마십시오. 그런 뜻에서 이 술잔을 바칩니다."

월왕 구천(句踐)은 문종이 바치는 고별 술잔을 받아들었다.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다가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모두들 눈이 붉어지며 고개를 외면했다.

대부 문종이 물러나오자 이번에는 범려(范蠡)가 앞으로 나섰다.

"왕이시여, 불행이 없으면 그 뜻을 넓힐 수가 없고 근심이 없으면 앞날을 멀리 내다볼 수 없습니다. 자고로 모든 성현이 이런 고생과 고난을 겪었습니다. 왕께서는 부디 이를 피하려 하지 마십시오."

구천(句踐)이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신하들이여, 나는 오늘의 일을 결코 피하지 않겠소. 다만 걱정되는 것은 내가 떠나고 없는 이 나라 사직이오. 옛날 요임금은 순()과 우()에게 나라일을 맡겼는데, 가뭄이 일어도 큰 피해가 없었고 황하가 범람해도 풍년이 일었다 하오."

"나는 이제 고국을 떠나며 이 나라 사직을 그대들에게 맡기는 바이오. 특히 범려(范蠡) 그대는 이 나라 사직을 지켜나갈 중추요. 부디 나를 대신하여 나라를 부강하게 키워 오늘의 이 치욕을 설치(楔齒)해 주시오."

이를테면 범려를 섭정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나 범려(范蠡)는 나름대로 생각한 바가 있었다.

그는 앙연히 고개를 쳐들고 아뢰었다.

"모름지기 임금에게 근심이 있으면 이는 신하 된 사람의 치욕이며, 임금이 욕을 당하면 신하는 죽어야 마땅합니다. 이제 왕께선 적국으로 볼모가 되어 가시니 이는 바로 우리 신하들의 치욕입니다."

"어찌 월()나라에 왕의 근심을 함께 나눌 신하가 없겠습니까. 신은 일월(日月)에 맹세하오니, 왕을 따라 오()나라로 가 우리 왕께서 겪는 치욕과 근심과 걱정을 함께 할까 합니다."

순간 나루터는 무거운 정적에 빠졌다.

'!'

어느 누구도 범려(范蠡)가 그런 생각을 품고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구천(句踐)은 놀라기도 하고 감격하기도 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대가 나와 함께 오()나라로 가면 누가 이 곳에 남아 월()나라를 다스린단 말이오?"

범려(范蠡)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왕께서는 문종에게 나라일을 맡기십시오. 임금을 모시고 임기응변 하는 일은 신이 문종보다 낫습니다. 그러나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위무하는 일은 문종(文種)이 신보다 잘 압니다."

"그는 왕께서 오나라로 가 계시는 동안 군량을 비축하고 군사를 훈련시키고 백성들을 단결시킬 것입니다. 신은 왕을 모시고 오()나라로 가 함께 간난을 이겨낸 후 다시 돌아와 문종(文種)이 비축해놓은 군량을 바탕으로 오나라에게 원수를 갚을까 합니다."

구천(句踐)은 자신을 따라 오나라로 가겠다는 범려의 각오에 다시 한 번 감격했다. 눈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한참 동안 범려를 바라보다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문종에게로 눈길을 던졌다.

"그대는 과인이 돌아올 것을 확신하는가?"

"왕께서는 반드시 돌아오십니다. 그 동안 신은 범려(范蠡)가 말한 대로 군사를 훈련시키고 군량을 비축하고 백성들을 하나로 모아놓겠습니다. 왕께서는 부디 오늘을 잊지 마십시오."

대부 문종(文種)의 이러한 충성 맹세에 다른 대부들도 각기 앞으로 나서며 구천에게 맹세했다. 태재 고성(苦成)이 술잔을 들었다.

- 신은 임금의 명령을 백성에게 펴고, 임금의 덕()을 밝히고, 복잡한 것을 통합하고, 어려운 일을 다스리어 백성들로 하여금 본분을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행인(行人) 벼슬에 있는 예용(曳庸)이 나섰다.

- 모든 나라 제후에게 사자를 보내어 여러 가지 분규를 해결하고, 서로의 의혹을 풀되 다른 나라에 가서는 나라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고 국내에 돌아와서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을 맹세합니다.

사직(司直) 호진(皓進)이 나서서 아뢰었다.

- 신의 직분은 바른말을 하는 것입니다. 문종(文種)이 왕을 대신하여 잘못 행하는 일이 있으면 신은 직언으로써 그의 잘못을 깨닫게 하고 의심나는 점을 판단케 하겠습니다.

사마 제계영(諸稽郢)이 맹세한다.

- 신은 1년을 하루같이 군사들과 함께하며 진법을 훈련하고, 활 쏘는 것과 칼 쓰는

 

38장 구천의 와신상담 (2)

 

월왕 구천(句踐)이 배 위에 오르자 돛이 오르고 배가 움직였다.

구천과 범려(范蠡)는 난간에 서서 강변에 서 있는 신료들을 내려다보았다.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그 가슴은 찢어지는 듯 아팠다.

문득 구천(句踐)이 들릴 듯 말듯 혼자 중얼거렸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하지만 나는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나루가 점점 멀어져 갔고, 이윽고 강변의 신료들은 하나의 작은 점이 되었다.

()나라로 향하는 뱃전에 노랫가락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나는 새를 보라

한 마리 수리로다.

빈 하늘을 가르는 것은 힘찬 날개짓.

모래톱에 모여 한가로이 노니는

힘찬 날개의 저 놀림이여

구름사이에 있구나.

흰 새우를 쪼고 물을 마시고

가고 오는 것을 마음대로 하도다.

나에게 무슨 죄가 있어 

이 땅을 떠나는가

까닭을 모르겠다.

하늘도 무심하구나.

바람아 불어라 나는야 북쪽으로 간다.

언제 다시 돌아올 것인가

기약할 수 없도다.

괴롭고 괴로운 이 마음 

칼로 베는 듯하는데

언제 이 눈물 그칠 것인가.

월왕 구천의 아내인 월부인(越夫人)이 부르는 노래였다.

구천(句踐)은 이 노래를 듣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조용히 부인 곁으로 다가가 위로를 했다.

"그대는 너무 슬퍼 마오. 나에게는 날개가 있소, 조만간 높이 날아오를 날이 도래할 것이오. 그때까지만 참으시오."

월왕 구천(句踐)이 탄 배는 오나라 경계로 들어섰다.

범려(范蠡)가 먼저 오성으로 들어가 태재 백비를 방문했다.

그는 구천(句踐)이 당도했음을 알리고 황금과 여자를 바쳤다

백비()는 마치 자신이 오왕이 되기라도 한 듯 거만하게 물었다.

"대부 문종(文種)이 오지 않고 어찌하여 그대가 왔는가?"

"문종은 나라일을 정리하느라 제가 대신 왔습니다."

"그대 왕은 어디 있는가?"

"오강 나루에서 태재의 분부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백비는 범려를 따라 오강 나루터로 나갔다. 월왕 구천(句踐)은 백비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렇게 목숨이나마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다 태재 덕분입니다."

백비()는 구천의 공손한 태도에 마음이 흡족했다.

"기회를 보아 고국에 돌아갈 수 있게 힘써주겠소."

구천(句踐)은 압송되는 형식으로 함거를 타고 오성으로 들어갔다.

오나라 중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월왕 구천은 상반신을 발가벗고 무릎걸음으로 기어가 궁 뜰 아래 꿇어 엎드렸다.

월부인(越夫人)도 남편이 하는 대로 따라했다. 범려는 따로이 시종에게 월()나라에서 가져온 보물과 여자의 명단을 바쳤다.

오왕 부차(夫差)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품 목록을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내가 부왕의 원수를 갚기로 한다면 어찌 그대를 살려둘 수 있으리오만, 그대의 정성을 보아 특별히 목숨을 보존시켜주는 것이니 그대는 오()나라에 대해 충성을 다하도록 하라."

그자리에 오자서도 있었다.

그는 그때까지도 구천의 항복을 용납하지 않았다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기둥이 흔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간()했다.

"하늘을 나는 새에게도 활을 당겨 쏘거늘 하물며 뜰 앞에 앉아 있는 적을 어찌 그냥 버려두십니까? 구천(句踐)은 원래 속이 음험한 자입니다. 지금은 형세가 궁하여 가마솥의 고기처럼 가만히 앉아 있지만, 목숨을 부지하고 한 번 뜻을 얻기만 하면 마치 바다로 돌아간 고래처럼 큰 파도를 일으킬 것입니다. 왕께서는 구천의 간교함에 속지 마시고 지금 곧 목을 참하십시오. 그래야 후환이 없습니다."

그 말에 구천(句踐)과 범려(范蠡)의 안색이 핼쑥해졌다.

오왕 부차(夫差)가 타이르듯 오자서를 향해 말했다.

"내 듣기로 항복한 자를 죽이면 그 재앙이 삼대에까지 미친다 하오. 내가 구천을 살려두는 것은 월나라를 사랑해서가 아니오. 우리에게 불행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니, ()은 아무 염려 마오."

태재 백비()가 오왕 부차(夫差)를 돕기 위해 한마디했다.

"오자서는 눈앞의 일에는 밝을지 몰라도 나라를 편하게 하는 법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왕께서는 오자서의 말에 괘념치 마십시오."

오자서(伍子胥)는 턱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어쩌랴. 부차의 마음이 이미 구천을 살려주기로 마음을 정한 것을.

부차(夫差)는 월왕 구천에 대한 조치를 내렸다.

그런데 그 조치라는 것이 구천에게는 여간 치욕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 선왕 합려의 능침이 호구산에 있다. 구천(句踐) 부부는 오늘부터 머리를 깎고 그 능침 옆에 있는 석실에 기거하면서 아침저녁으로는 능침을 돌보고 낮에는 말을 기르도록 하라.

합려 왕의 능지기 겸 목부(牧夫)로 삼은 것이었다.

그 날부터 구천(句踐)부부와 범려(范蠡)는 합려의 무덤으로 가 석실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낮에는 때묻은 옷을 입고 냄새나는 말똥을 치웠다. 아침저녁으로는 무덤의 풀을 깎았다.

때때로 부차(夫差)는 구천을 불러 자신의 수레를 끄는 말고삐를 잡게 하여 거리로 행차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백성들은 손가락질하며 조롱했다.

- 저 말고삐를 잡은 자가 월왕 구천이다.

그러나 구천(句踐)은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걷기만 했다.

한편, 오자서(伍子胥)는 범려가 유능한 인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오왕 부차를 찾아가 그를 오나라 신하로 삼을 것을 청했다.

부차(夫差)도 범려가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인 후 범려만 따로이 궁안으로 불러들였다. 무릎을 꿇은 범려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어진 여인은 망한 집으로 시집가지 않고, 현명한 사람은 망한 나라에서 벼슬하지 않는다 하였다. 덕 없는 구천(句踐)은 나라를 망치고 자기 신세까지 망쳐 노예가 되어 만인의 웃음거리가 되었도다."

"그대는 종복도 없이 말똥 치우기가 비참하지도 않느냐? 만일 그대가 구천을 버리고 나를 섬긴다면, 나는 그대의 지난날 죄를 용서하고 그대를 높은 벼슬에 봉하리라. 나와 더불어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은 없는가?"

그러나 범려(范蠡)는 머리를 조아리며 정중히 사양했다.

"망국의 신하는 정치를 말하지 않으며, 패장은 용맹을 말하지 않는 법입니다. 지난날 신은 충과 신과 지혜가 부족하여 능히 월왕(越王)을 돕지 못하고 오왕께 큰 죄를 짓게 했습니다."

"다행히 대왕께서 죽이지 않으시고 이렇듯 저희들을 석실에서 생활하게 하시니 신은 이것만으로도 큰 은혜를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찌 신이 부귀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곁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오자서(伍子胥)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부차에게 재빨리 속삭였다.

"범려(范蠡)는 예사 인물이 아닙니다. 구천과 범려를 함께 있게 하면 무슨 흉계를 꾸밀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범려를 죽이는 게 낫겠습니다."

부차(夫差)는 오자서의 말이 못마땅했다.

조금 전에는 범려를 등용하라고 청하더니, 지금은 죽이라고 하질 않는가. 그는 오자서가 늙었다고 생각했다.

"굳이 죽일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소. 나를 섬길 뜻이 없다고 하니 그냥 석실로 돌아가게 합시다."

오자서(伍子胥)는 한숨을 내쉬며 궁을 나왔다.

범려(范蠡)는 다시 호구산 석실로 돌아왔다.

그는 전보다 더욱 구천(句踐)을 공손히 섬겼다.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월나라에 있을 때와 다름없이 구천을 보살피고 돌보았다.

어느 날 밤이었다.

오왕 부차(夫差)는 오자서의 말대로 혹시나 그들이 딴뜻을 품지나 않을까 의심하여 측근 시자(侍者)를 보내 몰래 그들의 석실을 엿보게 했다.

오왕의 측근 시자는 호구산으로 가 밤새 석실을 염탐했다.

그러나 구천(句踐)과 범려(范蠡)는 부지런히 말에게 먹일 풀만 썰 뿐 조금도 원망하거나 분노하는 기색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먼동이 틀 때까지 쉬지 않고 일만 했다.

부차(夫差)는 오자서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리오. 그들이 수시로 태재 백비에게 뇌물을 바치며 궁중 내의 일을 소상히 알아내고 있었던 것을.

범려(范蠡)는 그 날 저녁에 이미 백비의 통보를 받고 염탐꾼이 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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