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國誌] 2부 장강의 영웅들 (298) 제38장 구천의 와신상담 (3)~(4) > 열국지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열국지

[列國誌] 2부 장강의 영웅들 (298) 제38장 구천의 와신상담 (3)~(4)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9회 작성일 23-02-19 12:41

본문

38장 구천의 와신상담 (3)

 

그날 밤이었다.

백비()는 구천(句踐)이 머물고 있는 석실로 사람을 보냈다.

- 조만간 귀국하게 될 것 같소. 이 모든 것이 내가 노력한 덕분이니 월왕은 귀국하더라도 나에 대한 의를 저버리지 마시오.

월왕 구천(句踐)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기뻐했다.

"이것이 꿈이나 아닌지 모르겠소."

범려의 손을 붙들고 춤이라도 출 듯한 태도였다.

그러나 범려(范蠡)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하고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모든 것은 하늘이 명하는 것입니다. 신이 왕을 위해 점을 쳐보겠습니다."

거북등이 없었으므로 시초(蓍草)점을 쳐보기로 했다.

이내 사()가 나왔다.

사방이 막혀 벗어날 길이 없으니

만물이 쇠하고 상하도다.

좋은 일은 도리어 재앙이 될 것이니

비록 소식이 있어도 기뻐하지 마라.

굳이 범려(范蠡)가 해석해주지 않아도 불길(不吉) 중의 불길이었다.

구천(句踐)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 이상 나의 처지가 나빠질 것이 없는데 재앙이라니, 뭔가 잘못된 점이 아니오?"

범려가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오나라 조정에는 백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무슨 뜻이오?"

"아마도 오자서(伍子胥)가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범려의 말에 구천(句踐)은 방금 전의 기쁨과 기대감을 까맣게 잊었다. 그의 얼굴은 어느새 절망과 수심으로 가득 찼다.

범려(范蠡)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 시각, 오자서(伍子胥)는 부차가 구천을 귀국시킬 작정이라는 소문을 듣고 부리나케 궁으로 들어가 또 한바탕 피를 토하듯 외쳐대고 있었다.

"옛날 하나라 걸왕(桀王)은 은나라 탕왕(湯王)을 잡아만 두고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나라를 잃었습니다. 또한 은나라 주왕(紂王)은 주문왕(周文王)을 가두어만 두고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끝내 나라를 내주었습니다."

"왕께서는 지금 구천을 잡아만 두고 죽이지 않으니, 우리 오()나라가 하()나라나 은()나라와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제 눈에는 보입니다. 왕께서 만일 구천을 이대로 가두어두거나 석방한다면 우리 오()나라는 장차 하()나라나 은()나라 꼴이 되고 말 것입니다."

오자서의 단언에 오왕 부차(夫差)는 자신도 모르게 모골이 송연해졌다. 자신이 너무 감상적이었음을 깨달았다.

"경의 말이 옳소. 내 어찌 구천(句踐)을 탕왕이나 주문왕 같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으리오. 경의 말대로 내일 아침 구천을 불러 아예 죽여 없애겠소!"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날 밤부터 오왕 부차(夫差)는 심하게 아팠다.

설사가 나고 온몸에 열이 올랐다. 이 때문에 부차는 구천을 죽이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다.

백비는 오왕 부차의 마음이 변한 것을 알았다. 석방은 커녕 오히려 구천이 죽게 되었다는 것을 알자 재빨리 심복 부하를 석실로 보냈다.

- 오자서의 간교한 수작에 의해 우리 왕께서 월왕(越王)을 죽이기로 했소. 그대들은 이에 대한 방비를 신속히 강구하도록 하시오.

이 소식은 구천에게 있어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그는 어찌나 낙심했는지 울음조차 터뜨리지 않았다. 멍한 표정으로 범려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이윽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

"이제 꼼짝없이 죽게 되었구려."

그러나 범려(范蠡)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를 취했다.

"왕께서는 너무 겁내지 마십시오. 오왕이 지난 2년여 동안 왕을 잡아 두고서도 차마 죽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하루아침에 왕을 죽일 수 있겠습니까?"

그 날 밤 범려(范蠡)는 석실 밖으로 나가 하늘의 별자리를 바라본 후 구천에게 말했다.

"신이 천상(天象)을 보니 월나라는 3년간 주인을 잃은 후 20년 후에 천하를 제패할 수()였습니다. 반면에 오()나라는 20년 후에 나라가 망할 천수(天數)였습니다. 왕께서는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그 말에 구천(句踐)은 어느 정도 위로가 되었다.

"내가 갖은 고초를 당하면서도 지금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은 것은 오로지 그대의 현명함을 믿었기 때문이오."

그 후 다시 3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오왕 부차로부터는 아무런 명도 내려오지 않았다. 구천(句踐)은 언제 부차의 부름을 받아 죽임을 당할지 몰라 더욱 초조했다. 하루가 마치 1년 같았다. 입술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는 다시 범려(范蠡)에게 물었다.

"어째서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일까?"

"백비의 부하 말에 의하면 오왕의 병이 아직 낫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것이 나에게 길조이겠소. 아니면 흉조이겠소?"

혹 오왕 부차가 죽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서려 있는 물음이었다.

범려(范蠡)는 다시 시초 점을 쳐보았다.

점괘를 보고 난 범려가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오왕은 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잘되었습니다. 오왕의 병세는 3일 후부터 차도가 있을 것이오. 닷새 후에는 완쾌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왕께서는 이 기회에 오왕(吳王)을 문병하십시오."

"궁으로 들어가면 일찍이 의술을 배운 바 있다고 말한 후 오왕의 대변을 친히 맛보십시오. 병세를 물으면 3일 후부터 차도가 있을 것이요, 닷새 후에는 완쾌된다고 칭송하십시오. 그대로만 되면 오왕(吳王)은 크게 감동하여 왕에게 관용을 베풀어 줄 것입니다."

구천(句踐)은 대경실색했다.

오왕 부차의 똥을 맛보라니!

아무리 종복 노릇을 하는 볼모라도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구천은 자신의 비참한 처지에 눈물부터 흘렸다.

"나는 차마 그 짓은 못 하겠소."

"하셔야 합니다. 옛날 주왕(紂王)은 주문왕을 감금하고 그 아들 백읍고(伯邑考)를 잡아다 끓는 가마솥에 삶아서 주문왕에게 내주었습니다. 그러나 주문왕(周文王)은 원수를 갚기 위해 울음을 참고 삶아죽은 자신의 아들을 먹었습니다."

"일시적인 굴욕을 참지 못하면 어찌 큰 일을 도모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월()나라 신하들과 백성들은 하루빨리 왕이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왕께서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십니까?"

범려의 설득에 월왕 구천(句踐)은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좋소. 오왕의 똥을 먹겠소."

다음날 구천은 태재 부중(府中)으로 들어가 백비에게 청했다.

"듣자하니 오왕께서 병들어 누워 계시다 합니다. 청컨대 태재께서는 이 구천으로 하여금 오왕을 문병하고 그 병세를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백비()는 구천이 부차에게 잘 보이려는 줄 눈치챘다.

"그대에게 이런 아름다운 마음이 있는데 내 어찌 그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있겠소?"

구천(句踐)은 그 날로 백비의 알선을 받아 부차가 누워 있는 병실로 들어갔다. 구천은 이미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두 번 절을 올리고 나서 입을 열었다.

"대왕께서 병중이라는 말을 전해 들은 후 신() 구천은 밤이 되어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모르겠습니다

일찍이 신은 월()나라에 있을 때 용한 의원으로부터 의술을 배운 바 있습니다. 그래서 병자의 대변을 보면 대략 그 병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라건대 대왕의 변을 한번 맛보게 해주십시오."

부차(夫差)는 자신의 대변을 맛보겠다는 구천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크게 감동했다.

"그대가 나의 대변을 직접 맛보겠다는 말인가?"

"신은 이미 항복하여 대왕의 충복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왕의 병세를 짐작하는 일인데, 어찌 대변인들 피하겠습니까."

"놀라운 충성이로다. 내 그대의 희생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구나. 좋다, 병이 나으면 내 반드시 그대의 충성에 보답하리라."

그러고는 변통(便桶)을 가져오게 하여 대변을 보았다.

구천(句踐)은 변통을 앞으로 가져다 똥을 한움큼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 신중하게 맛보기 시작했다. 이 광경에 궁안의 시자(侍者)들은 물론 부차까지도 코를 움켜쥐고 외면했다.

그러나 월왕 구천(句踐)은 태연자약한 모습으로 똥 맛보기를 계속했다.

이윽고 그는 부차 앞에 엎드려 아뢰었다.

"() 구천은 대왕께 축하드립니다. 대변의 맛을 

 

38장 구천의 와신상담 (4)

 

과연 부차(夫差)의 병은 이틀 후에 호전되기 시작하더니 나흘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싶게 깨끗하게 나았다. 부차(夫差)의 기쁨은 이루 헤아릴 수없이 컸다.

그는 궁중 문대(文臺)에다 크게 잔치를 베풀고 신료들을 초청했다.

"오늘 나의 병이 낫게 된 것은 오로지 구천의 정성 때문이다. 내 구천과 함께 이 기쁨의 잔을 나누리라. 구천을 불러오라."

잠시 후 구천(句踐)이 궁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 복장이 여전히 죄수 차림이었다. 부차(夫差)는 좌우 시자들에게 명했다.

"구천이 아직까지 죄수의 옷을 입고 있다니,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당장 목욕을 시키고 새로 의관을 내주어 들게 하라."

구천(句踐)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으나 겉으로는 거듭 사양하다가 못 이기는 체 시자(侍者)를 따라 욕탕으로 들어갔다. 새옷을 갈아입고 다시 부차 앞으로 나왔다.

부차(夫差)는 친히 자리에서 일어나 구천의 손을 잡아끌고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모든 신료에게 말했다.

"월왕 구천(句踐)은 어질고 덕 있는 사람이다. 어찌 오래도록 욕뵐 수가 있겠는가. 과인은 장차 월왕의 죄를 용서하고 본국으로 돌려보낼 작정이다. 오늘 이 자리는 월왕을 위한 자리다. 모든 신하는 국빈에 대한 예()로서 월왕을 대하라."

구천(句踐)으로서는 이 얼마나 기다리던 말이었던가. 그는 쏟아지는 눈물을 간신히 삼켰다

여전히 공손한 태도로 부차를 섬기는 척했다. 부차 또한 수시로 구천의 손을 어루만지며 그간의 고생을 위로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자서(伍子胥)는 울화가 치밀어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 막 병상에서 일어난 부차의 흥을 깰 수도 없었다. 그는 마지못해 두 잔 술을 받아마시고는 휭하니 일어나 문대(文臺)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런 오자서의 행동을 훔쳐보던 백비가 재빨리 부차에게 속삭였다.

"이런 기쁜 날에 오자서가 제멋대로 자리를 차고 나가버리니 참으로 불손한 행동입니다. 오자서(伍子胥)는 자신의 공훈을 믿고 너무 교만해진 듯싶습니다. 왕께서는 깊이 통촉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나 역시 오자서의 교만함과 무례한 언동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소."

잔치는 저녁때까지 이어졌다. 부차(夫差)는 백년지기를 대하듯 구천에게 자꾸 술을 권했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모두들 얼큰히 취했다.

그러나 구천의 연극은 취중에도 계속되었다.

어느 순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오왕 부차를 위해 송수시(頌壽詩)를 읊었다. 그것은 삶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황왕(皇王)이 위에 계시니

그 은혜가 봄날의 햇살 같도다

어지심은 비할 데 없고

그 덕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아름답도다

그 덕() 영원하시고

그 수() 만세를 누리소서

모든 나라 제후들

다 복종할지니

길이 오나라 다스리고 

천하를 세우소서.

부차(夫差)는 한껏 취한 후에야 잔치를 파했다.

그는 여전히 흥겨웠다. 민가로 나가는 구천의 손을 부여잡고 다시 한 번 약속했다.

"사흘 안에 그대를 월()나라로 돌아가게 해주겠소."

'안 된다. 구천을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

그 날 밤 오자서(伍子胥)는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이 모든 게 구천과 범려의 치밀한 계획임을 확신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했다.

날이 새자마자 오자서는 조복(朝服)으로 갈아입고 궁으로 달려갔다.

부차(夫差)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이른 아침부터 웬일이오?"

오자서(伍子胥)는 절규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왕께서는 지난날 선왕의 죽음을 잊으셨습니까? 구천(句踐)은 온순하고 공손한 체하지만 그 속마음은 호랑이나 승냥이보다 더 음험하고 날카롭습니다. 귀에 단 소리는 왕의 몸을 망칠 것이요, 눈에 즐거운 웃음은 이 나라를 수렁 속으로 몰아넣을 것입니다."

"왕께서는 지금 구천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현혹되어 있습니다. 충직한 말을 듣지 않고 교언(巧言)에만 귀를 기울이신다면 이는 털을 숫불에 넣고서 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계란을 바위에 던지고도 깨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왕께서는 부디 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그제야 부차(夫差)는 그가 구천의 일 때문에 온 것을 알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과인은 3개월 동안 병석에 누워 있었소. 그런데도 경은 나를 위해 위로의 말 한 번 해준 적이 없소. 이것은 경()이 불충(不忠)한 신하라는 뜻이오. 또 경은 나를 위해 탕약 한 번 지어준 적이 없소. 이것은 경이 불인(不仁)한 신하라는 뜻이오. 불충하고 불인한 신하를 어디에 쓰겠소?"

"......................"

"반면 월왕 구천(句踐)은 자기 나라를 버리고 천 리 먼 곳에 와 있으면서도 재물을 바치고 종노릇을 했으니, 이는 그가 충성스럽다는 뜻이오. 또 내가 병에 걸렸을 때 그는 내 변을 핥고도 추호도 과인을 원망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소. 이는 그가 어진 사람이라는 뜻이오

불충하고 불인한 신하가 충성스럽고 어진 신하를 죽이라 하는데 내가 그 말을 들을 것 같소?"

오왕 부차(夫差)의 말을 들은 오자서(伍子胥)는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다시 말했다.

"왕께서는 어찌 그리도 순진하십니까대저 호랑이가 몸을 낮추는 것은 먹이를 덮치기 위해서이며, 승냥이가 몸을 움츠리는 것은 상대를 취하기 위해서입니다."

"월왕(越王)은 우리 나라에 패하여 인질로 잡혀왔기 때문에 그 원한이 골수에 사무쳐 있습니다. 그가 왕의 변을 핥은 것은 그 맛이 달콤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왕을 잡아먹기 위한 무서운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왕께서 그것을 모르시고 그것을 칭찬하신다면 우리 오()나라는 장차 월()나라의 압제를 받고야 말 것입니다."

"()은 더 이상 속좁은 소리를 하지 마라. 나의 뜻은 이미 결정되었도다!"

오자서(伍子胥)는 더 간해보았자 소용없음을 알았다.

"아아, 장차 이 일을 어찌할꼬!"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궁에서 물러나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 정보

회사명 : 회사명 / 대표 : 대표자명
주소 : OO도 OO시 OO구 OO동 123-45
사업자 등록번호 : 123-45-67890
전화 : 02-123-4567 팩스 : 02-123-4568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 OO구 - 123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정보책임자명

  • 게시물이 없습니다.

접속자집계

오늘
590
어제
636
최대
1,156
전체
71,930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