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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0장 오자서(伍子胥)의 죽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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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1회 작성일 23-02-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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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장 오자서(伍子胥)의 죽음 (9)

 

황지 회맹에서는 그때까지도 누구를 맹주로 올릴 것인가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나라 재상 조앙(趙鞅)과 오나라 대부 왕손락(王孫駱)은 연일 이 문제로 논쟁을 벌여댔다.

그러할 때 오나라 도성으로부터 밀사가 도착했다.

밀사는 오왕 부차의 거처로 들어와 고국 사정을 고했다.

"()나라 군사가 쳐들어왔습니다. 세자께서는 전사하시고, 고소대(姑蘇臺)는 불타버렸습니다. 지금 우리 도성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급에 빠져 있습니다. 속히 돌아가시어 나라를 구하십시오."

청천벽력(靑天霹靂)과도 같은 소리였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부차(夫差)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옆에 서 있던 재상 백비를 돌아다보았다.

그때였다.

별안간 백비가 칼을 뽑아들더니 불문곡직하고 휘둘렀다.

"아악!"

쓰러진 사람은 밀사였다.

부차(夫差)가 영문을 알지 못해 물었다.

"어찌하여 밀사를 죽였는가?"

"월군(越軍)이 우리 나라를 침공했는지의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그런데 소문부터 퍼지면 진()나라는 물론 제, , 노나라까지 일시에 들고 일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왕께서는 도성으로 돌아가시기도 전에 이 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아무도 본국에서 밀사가 온 것을 알지 못해야 합니다."

오왕 부차(夫差)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렸다.

"()의 말이 옳소. 그건 그렇고 지금 우리는 맹주(盟主)가 되느냐 마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소. 그런데 구천이란 놈이 하필 이럴 때 배신하다니! 맹회를 그만두고 돌아가는 것이 좋겠소? 아니면 맹회를 계속하여 기어코 맹주자리에 오른 후 귀국하는 것이 좋겠소?"

백비도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빠져 있습니다. 맹회를 포기하고 철군하자니 맹주(盟主)자리를 놓치게 되고, 끝까지 진()나라와 맹주자리를 다투자니 언제 도성이 함락될지 모릅니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두 군신이 서로 마주 보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왕손락(王孫駱)이 끼여들었다.

"그 문제라면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에게 좋은 계책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어서 말해보라."

"이렇듯 사세가 급한 때에는 일을 정상적으로 처리하면 낭패당하기 일쑤입니다. 내일 날이 밝으면 왕께서는 전군에 북을 울리게 하여 진()나라 영채를 에워싸십시오."

"그런 후 진공(晉公)과 조앙(趙鞅)을 억압하여 맹주 자리를 양보하라 하면 제아무리 진나라라 하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회맹을 마치고 그 길로 돌아가 구천(句踐)을 격파하면 두 가지 일 모두 왕의 뜻대로 이루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 계책이 매우 좋다!"

그 날 밤이었다.

오나라 군사들은 야참을 배불리 먹은 후 입에 매()를 물고 소리 없이 영채를 출발했다. 진군(晉軍) 영채가 있는 곳까지는 불과 5리 정도였다. 그들은 1리 정도를 남겨놓고 진군 영채를 빙 둘러 포위했다.

오나라 중군은 하얀 병차에 하얀 기에 하얀 갑옷을 입었고, 좌군은 붉은 병차에 붉은 기에 붉은 갑옷을 입었다. 그리고 우군은 검은 병차에 검은 기에 검은 갑옷을 입었다.

이윽고 어둠이 물러가고 동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아침해가 떠오르자 오()나라 군사들은 일제히 북을 울렸다.

둥둥둥.............!

황지(黃池)들판은 삽시간에 요란한 북소리로 가득했다.

기겁한 것은 진()나라 군사들이었다.

어느 틈엔지 사방으로 오나라 대군이 빙 둘러 포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진나라 재상 조앙(趙鞅)은 대뜸 오왕 부차의 의도를 짐작했다.

심복 대부인 동갈(董褐)을 오군 진영으로 보내 따졌다.

"우리는 오()나라가 친선을 도모하자고 하여 이 곳에 왔습니다. 그런데 이 무슨 해괴한 장난입니까? 그대들이 지금은 우리를 누를 수 있을지 몰라도, 후일 강성(絳城)에서 대군이 출동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오왕께서는 어서 포위를 풀고 군사들을 물리십시오."

그러나 한시가 급한 부차(夫差)로서는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동갈을 자신의 군막으로 불러들여 협박했다.

"()왕실에서는 과인에게 명하여 중원의 방백이 되라고 명하셨다. 그런데 진()나라가 명령을 어기고 과인과 맹주자리를 다투니, 더 이상 시일을 지체할 수 없다. 과인은 성격이 급한지라 더 이상의 논쟁을 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대는 돌아가 진공(晉公)에게 말을 전하라. 과인을 맹주로 인정하고 맹약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우리와 한 판 싸움을 벌일 것인가?"

동갈(董褐)은 부차의 험악한 기세에 눌려 도망치듯 진군 영채로 돌아가 진정공과 조앙에게 보고했다.

"아무래도 오()나라가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듯싶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오왕의 표정이 무척 다급해 보였습니다. 눈을 부릅뜨며 험악한 소리를 하기는 하였으나 눈빛은 커다란 근심거리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본국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합니다."

동갈의 말에 조앙(趙鞅)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듣자하니 어젯밤 오()나라 본국에서 사자가 왔다고 하던데, 필시 그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오. 월왕은 오나라에 깊은 원한이 있는데, 어쩌면 월()나라가 오나라 도성을 침공한 것인지도 모르겠소."

"그렇다면 오왕(吳王)은 여기서 오랫동안 머물 형편이 못 되겠군요. 재상께서는 시일을 끌어 맹주자리를 오왕에게 내주지 마십시오."

"아니, 그것은 위험하오. 만일 내 짐작이 맞는다면 오왕(吳王)은 궁지에 몰린 터라 그에게 맹주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면 그는 우리를 향해 공격 명령을 내릴 것이오."

"그대도 알다시피 지금 우리 병력은 그다지 많질 않소. 공연히 맹주자리 때문에 이 곳에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는 일 아니오?"

"하면, 오왕에게 맹주(盟主)를 넘겨주실 작정이십니까?"

"그렇소. 하지만 그냥 넘겨줄 수는 없는 일!"

"..........................?"

"나는 오왕에게 왕호(王號)를 버리라는 조건을 내세울 작정이오."

당시 중원에서 왕호를 사용하는 나라는 두왕실 외에 초()와 오(), 그리고 월()나라뿐이었다. 모두가 남만 이족(異族)들이다.

공호(公號)를 사용하는 제후들에게는 이것이 여간 못마땅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질서를 파괴하는 무법자들이었으나, 어쩌랴. 힘이 부족한 것을.

춘추시대 초기 제환공을 패공으로 올린 명재상 관중(管仲)도 초나라와 담판하면서 그들의 왕호를 낮추려 했으나 끝내 실패하지 않았던가.

"()나라가 왕호를 버린다면 우리는 비록 맹주자리를 양보하지만 주()왕실에 큰 공을 세우는 것이 아니겠소? 다른 나라 제후들을 대할 때도 충분히 체면은 설 것이라 생각하오."

"기발하신 생각입니다."

조앙(趙鞅)은 곧 노애공과 위출공을 불러 자신의 조건을 설명했다.

두 나라 군주는 대찬성이었다.

요즘 상황으로 보아 맹주(盟主)라는 지위는 허울에 불과했다. 오나라에게 맹주라는 그러듯한 자리를 내주는 대신 오왕을 오공(吳公)으로 낮추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명분이 서는 일일수도 있었다.

동갈(董褐)은 오왕 부차에게 달려가 조앙의 조건을 전달했다.

"()나라는 원래 주왕실로부터 자작(子爵)의 칭호를 받았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늘 왕호를 참칭해왔습니다. 이는 주왕실에 거역하는 일일뿐 아니라 중원의 여러 제후들과도 어울리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만일 오나라가 진정으로 중원과 교류하기를 원한다면 군후께서는 왕호를 버리시고 공호(公號)를 사용하십시오. 그러면 우리 진()나라도 군후의 뜻에 따라 맹주자리를 양보하겠습니다."

오왕 부차(夫差)는 어느 것이 유리할 것인가 재빨리 생각을 굴렸다.

그의 망설임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왕호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맹주(盟主)에 올라 천하 제후를 호령하는 것이 더 보람찬 일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아니더라도 그는 한시바삐 귀국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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