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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들 -이원(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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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4-05-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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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들 -이원(1968~)

바닥은 벽은 죽음의 뒷모습일 텐데 그림자들은 등이 얼마나 아플지를 짐작이나 할 수 있겠니

무용수들이 허공으로 껑충껑충 뛰어오를 때 홀로 남겨지는 고독으로 오그라드는 그림자들의 힘줄을 짐작이나 할 수 있겠니

한 사내가 또는 한 아이가 난간에서 몸을 던질 때 미처 뛰어오르지 못한 그림자의 심정을 짐작이나 할 수 있겠니

몸은 허공 너머로 사라졌는데 아직 지상에 남은 그림자는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할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니


(나는 나 살기도 어려워서 내가 평생 끌고 다니는 그림자의 삶과 역사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이렇게 예리한 시인의 눈이라니! “짐작이나 할 수 있겠니”라는 문장이 네 번 반복되면서 이 시는 짐작할 수 없는 그 아픔의 고통을 점층시키고 있다. 정말이지 내 가슴이 다 덜컥 내려앉는다. “한 아이가 난간에서 몸을 던질 때 미처 뛰어오르지 못한 그림자의 심정”이라니! 이원 시인의 감각은 초봄에 나온 파아란 풀잎처럼 예리하면서도 면도날처럼 맑다. 삶의 태연한 면상 뒤에 깃든 불안의 봉지를 찢어서 보여준다.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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