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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써 -이재무(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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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6회 작성일 24-06-0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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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써 -이재무(1958~)

삼십 대 초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 
오십 대가 되면 일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살겠다
사십 대가 되었을 때 나는 기획을 수정하였다 
육십 대가 되면 일 따위는 걷어차 버리고 애오라지 먹고 노는 삶에 충실하겠다 
올해 예순이 되었다 
칠십까지 일하고 여생은 꽃이나 뒤적이고 나뭇가지나 희롱하는 바람으로 살아야겠다

나는 벌써 죽었거나 망해버렸다

○ 사람은 인생의 계획을 수정하면서 나이를 먹는가 보다.
마음먹은 것들은 이뤄지지 않았는데, 후회하면서 또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는 일이 삶인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게 노동과 관련이 있다.
꿈꾸는 대로 놀지 못하고 꾸역꾸역 일해야 하는,
늦게까지, 무언가를 위해 밥을 벌어야 하는 당신과 나.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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