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귀의 노래_유치환(1908∼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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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귀의 노래_유치환(1908∼1967)
내 오늘 병든 짐승처럼
치운 십이월의 벌판으로 호을로 나온 뜻은
스스로 비노(悲怒)하여 갈 곳 없고
나의 심사를 뉘게도 말하지 않으려 함이로다
삭풍(朔風)에 늠렬(凜烈)한 하늘 아래
가마귀떼 날아 앉은 벌은 내버린 나누어
대지는 얼고
초목은 죽고
온갖은 한번 가고 다시 돌아올 법도 않도다
그들은 모두 뚜쟁이처럼 진실을 사랑하지 않고
내 또한 그 거리에 살아
오욕을 팔아 인색의 돈을 버리려 하거늘
아아 내 어디메 이 비루한 인생을 육시(戮屍)하료
■ 늠렬(凜烈) : 추위가 살을 엘 정도로 매섭다
육시: 무섭고 처절한 복수의 형벌을 의미
이 시에서 ‘가마귀’는 시인 자신을 뜻한다. 그는 자신을 잘난 것 없고 무뚝뚝한 가마귀에 비유하곤 했다. 가마귀는 홀로 추운 곳에서 고난을 자처하고 있다. 벌판으로 나와 굳이 삭풍을 맞는 이유는 스스로를 벌하기 위해서이다.
BGM: Cliff Richard/Some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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