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고양이로다-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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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李章熙,1900~28)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봄과 고양이가 서로를 빌려 팽팽한 생동을 이루고 있다.
이 감각의 '쿨함'과 정물적 엄밀성, 언어의 예민함은 대체 무엇인가.
소월보다도 두 살이 위인 이장희의 이러한 선명함과 세련은
이전의 한국어가 가져본 적 없는 형언(形言)의 방식이다.
정지용과 이상의 '현대적' 언어가 출현하는 것도 이로부터 10여 년 후의 일
. 서구적 어문 감각이 유입되던 초창기의 사정을 짐작하기 위해서도,
그의 시편들에 구현되고 있는 마음의 기원과 역사적 의미가 좀 더 충분히 음미되어야 한다.
그를 통해 조선의 1920년대가 새로운 내면을 추가할 수 있지 않았을까.
1924년의 시. 29세로 요절했으며 30여 편의 시를 남겼다. 김사인)
Spring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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