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묘_함민복(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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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묘_함민복(1962~)
고추씨 흔들리는 소리
한참 만에
에취!
바싹 마른 고추가
바싹 마른 할머니를 움켜쥐는 소리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마당가 개도
취이!
마주 보는 주름살
다듬는
세월
■할머니가 마당가에 쪼그리고 앉아 고추를 말리고 있다.
잘 익은 붉은 고추에 가을볕을 골고루 발라주려고 손으로 헤치고 있다.
적어도 사나흘은 말렸을 것이다.
주름살은 세월의 고랑에 새겨진 호미자국이다.
주름을 다듬는다는 것은 시간을 함께 견디는 일이다.
(안도현)
BGM: Sun of jama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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