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_김광림(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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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_김광림(1929∼)
빚 탄로가 난 아내를 데불고
고속버스
온천으로 간다
십팔 년 만에 새삼 돌아보는 아내
수척한 강산이여
그동안
내 자식들을
등꽃처럼 매달아 놓고
배배 꼬인 줄기
까칠한 아내여
헤어지자고
나선 마음 위에
덩굴처럼 얽혀드는
아내의 손발
싸늘한 인연이여
허탕을 치면
바라보라고
하늘이 저기 걸려 있다
그대 이 세상에 왜 왔지
-빚 갚으러
■여행지에서 낯설게 재발견한 아내의 몸은
자식들을 등꽃처럼 낳아준 등나무였고 끊을 수 없는 칡이었다.
남편은 ‘갈등’으로서의 아내가 자신이 진 빚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빚을 갚아 나가기로 결심한다.
당신도 나도 빚을 갚는 것이 인생이라는 마지막 말에 진한 감동이 전해져 온다. (동아일보)
Mast-in-the-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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