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간 -백석(191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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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자간 -백석(1912~96)
달빛도 거지도 도적개도 모두 즐겁다
풍구재도 얼룩소도 쇠드랑볕도 모두 즐겁다
도적괭이 새끼락이 나고
살찐 족제비 트는 기지개 길고
홰냥닭은 알을 낳고 소리치고
강아지는 겨를 먹고 오줌 싸고
개들은 게모이고 쌈짓거리하고
놓여난 도야지 동구 재벼오고
송아지 잘도 놀고
까치 보해 짖고
신영길 말이 울고 가고
장돌림 당나귀도 울고 가고
대들보 우에 베틀도 채일도 토리개도 모두들 편안하니
구석구석 후치도 보십도 소시랑도 모두들 편안하니
□‘연자간’은 ‘연자매로 곡식을 찧는 방앗간’.
알찬 곡식을 연자매로 찧는 방앗간 풍경은 풍성하고 행복하다.
달빛도 거지도 햇빛도 농기구도 괭이도 소도 닭도 달걀도 송아지도 까치도 말도 당나귀도 다 편안하고 행복하다.
닭이 불편하고 달걀이 불행한 땅에서는
달빛도 햇빛도 거지도 개도 얼룩소도 베틀도 토리개(목화씨를 빼는 씨아)도 쇠스랑도 연자간도 모두 불편하고 불행하다.
행복한 달걀을 원한다면 먼저 닭을 행복하게 해주자. (김승희)
Vin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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