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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조 이삭대엽-황진이(미상, 조선 중종 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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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2회 작성일 23-07-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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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조 이삭대엽-황진이(미상, 조선 중종 연간)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어룬 님 사랑하는 이)

◆대한 추위 끝나 가니 입춘이 눈앞이다. 황진이의 시조를 어서 한번 읽어야 한다. 서두르지 않으면 베어 묻을 밤이 짧다. 서경덕과의 일화로 보건대 황진이는 허균이나 이순신보다 한 세대 앞의 사람. 그런데 어찌 이런 기막힌 총명과 현대시적 상상력이 가능했을까. 겨울밤의 독수공방을 이처럼 희롱하고 누그려 스스로의 적막을 위로하는 마음의 품이 서늘하고, 춘풍이불 아래 밤을 김장 담가 두었다가 고운 님 오신 밤에 구비구비 늘려 쓰겠다는 명랑한 감각도 매혹적이다. ‘19금’ 육담의 울림이 넌지시 깔려 있지만 운치와 기품이 그런 시비를 가소롭게 만든다. 남녀를 불문하고 풍류가 이쯤은 도도하여 속례를 썩 넘어서는 벗을 만나면 어찌 하룻밤뿐이겠는가. 사나흘인들 더불어 그윽하기를 마다하리오. 이 심미적 여유와 배포 아래 조선 팔천(八賤)의 신분적 통한이 있었음을 함께 기억할 일이다.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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