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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琉璃窓) 1 -정지용(1902~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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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4-07-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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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琉璃窓) 1 -정지용(1902~1950)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유리창은 얼마나 절망적인 투명함이자 차가움인가. 그 앞에 서서 입김을 흐렸다가 닦고, 흐렸다가 또 닦으며 서 있는, 자식을 잃은 자의 고독과 하소연할 길 없는 심사가 실핏줄처럼 섬세하다. 마지막 두 행에 이르러 눌렀던 격정이 터져 나오지만 시 전체가 견지하는 고요함과 기품은 스물여덟 젊은 아버지의 것으로 믿기 어렵다. 그럼으로써 이 시는 역설적으로 슬픔과 아픔의 기막힘을 더 절실하게 보전한다. 둘째 아들을 폐렴으로 잃고 쓴 1930년 1월의 시.

한 가지, 시 뒷부분 ‘황홀’의 뜻을 ‘눈부시고 화려하다’는 요즈음의 의미로만 읽는 것은 부적절할 듯. 노자 21장을 연원으로 하는 이 어휘는 ‘미묘하여 헤아리기 어렵고, 흐릿하여 애매한’쯤이 본래의 뉘앙스다. 시경을 강의했던 지용이며, 시의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이 풀이를 보태는 것이 자연스럽겠다.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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