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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일 -김사인(1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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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4-07-0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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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일 -김사인(1956~ )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그저 마음의 정처가 없는 것인가. 모든 일이 꽉 막혀 손 써볼 방도가 없는 것인가. 여의치가 않아서 이 사람은 ‘그냥 있’다. 있음은 아주 힘없는 상태 같기도 하고, 무언가 참기 힘든 걸 참고 있는 뜨거운 견딤의 시간 같기도 하다. 이러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맥 놓은 한 마디에 미묘한 서글픔이 어린다. 피가 빠져나가 버린 듯한 이 쓸쓸한 마음에게는 어떤 말도 손길도 부질없는 간섭이 될 것 같다. 그저 슬며시 내려앉는 것, 그 또한 그렇게 있어 볼 길밖에 없어 그냥 있는 어떤 다른 ‘있음’만이, 그 마음의 옆자리에 어울리리라.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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