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 -문정희(1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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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 -문정희(1947~ )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 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어린 시절엔 찔레꽃 울타리를 많이 보았다. “나 너 찌를래” 말하는 것처럼 가시를 내민 하얀 꽃 울타리. 가시 때문에 더 창백해진 사랑의 그 힘으로 더욱 성대하게 무르익은 녹음이 있다. ‘찔레’라고 불러보면 혀 안에 감겨오는 살짝 찌르는 힘. 화려하거나 요염하지도 않고 가시가 있어 미안하다는 듯 쑥스럽게 홀로 피어난 찔레. 역시 사랑 시에는 문정희 시인! <김승희>
I Need to Be in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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