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_이시카와 다쿠보쿠(1886~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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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_이시카와 다쿠보쿠(1886~1912)
가을 저녁의 조용함을 휘저어놓고
하늘 저 멀리 구슬픈 소리가 건너간다
대장간의 백치 아이가
재빨리 그 소리를 알아듣고는
저물어가는 하늘을 쳐다보며
새가 나는 흉내를 하면서
그 주위를 빙빙 돌아다닌다.
까악- 까악- 외쳐대면서.
□철새들은 추위를 피해 남으로 간다. 그들에게는 날개가 있다. 구슬픔 속에는 떠남의 기쁨이 있는 것이다. 우리도 어느 땐 이 구슬픔과 기쁨의 황홀을 사무치게 느낀다. 하지만 대장간의 백치 아이만큼은 아닐 듯하다. 결여를 가진 이들은 때로 그 답답한 결여를 불만 없이 사는 것 같다. 이 무구한 영혼은 어쩌면 신의 축복인지도 모른다. 아이에게는 우리에게 없는 날개가 있다. 아이는 지상에서 훨훨 날고 있다. (이영광)
https://www.jayu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9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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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 다쿠보쿠는 아사히신문이 선정한 지난 1000년 간 최고문인이다. 26년의 짧은 생애 동안 고향을 향한 그리움, 평범한 생활인으로서의 애환과 서정이 담긴 작품을 남겼다. 메이지 시대의 대표적인 문학가인 동시에 국민시인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그는 일제의 조선 침략과 식민지화에 대해 비판한 반 제국주의자였다.
그는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픈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나누기 어려운/ 단 하나의 그 마음을/ 빼앗긴 말 대신에/ 행동으로 말하려는 심정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적에게 내던지는 심정을/ 그것은 성실하고 열심인 사람이 늘 갖는 슬픔인 것을" 정부 비판을 금기시하는 제국주의 냉혹한 시대임에 그는 목숨을 걸고 시를 썼다. 시인 백석은 이시카와 다쿠보쿠를 흠모하여 그의 이름 중 ‘石’을 따와 필명으로 사용했다.
철새들이 수만 리 고된 비행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새로운 땅에 대한 희망 때문일 터이다. 감각과 본능에 의지해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땅을 찾아간다. 철새들이 대오를 지은 채 비행하는 것은 날갯짓이 만드는 상승기류가 서로에게 힘을 보태기 때문이다.
가을날 철새들이 ‘저녁의 조용함을 휘저어놓고/ 하늘 저 멀리 구슬픈 소리가 건너간다. 저물어가는 가을 하늘에 떠나가는 철새의 풍경은 구슬프다. 그런데 ’대장간의 백치 아이’는 그렇지 않다. ‘저물어가는 하늘을 쳐다보며 새가 나는 흉내를 내고 까악 까악 외쳐대면서 그 주위를 빙빙 돌아다닌다’. 그 아이는 철새들이 떠나가는 광경이 오히려 기쁘다. 이 순진무구한 영혼은 보통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감정을 가졌다. 보통사람에게는 날개가 없지만 이 아이에게는 날개가 있다. 그래서 땅에서 새처럼 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https://www.jayu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9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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