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招魂)-김소월(19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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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招魂)-김소월(1902~34)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우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이 통절한 스무 살 식민지 청년의 부르짖음에 이 땅의 100년은 응답을 이루어냈나. 혼은 돌아왔는가. '산산히 부서진 이름'은 온전히 회복되었는가. 몸과 넋이,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나라를 이루었는가. 죽음도 삶도 아닌 마비의 몸에 제정신이 들었는가. 만해의 '침묵하는 님'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심훈이 기다리던 '그날'도 쉬 동트지 않는다. 삼일절을 앞두고 소식마다 쓰고 참담하다. 오직 기도하고 기도할 뿐이다. 1922년에 발표된 시. <김사인>
초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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