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긍정성 -정영선(1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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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긍정성 -정영선(1949~ )
그대 눈만 봐도 말들이 파도처럼 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양이 감정을 안고 있다
마감 시간 같은 저녁이 무거운 걸까
일과 감정이 얽힌 저녁에서
일만을 도려내는
관계와 관계에서 문제만을 벼려내는
빗방울 가르는 칼 한 자루 없어서일까
(…)
말을 도려내고 감정만 수용할까
감정을 벼려내고 말만 수납할까 생각에 잠길 때
그런 칼 하나 들이대고 싶을 때
가을은 바람의 칼로 나무는 상처내지 않고
들끓는 잎들만 댕강댕강 벤다
□칼은 너무나도 유익한 필수품임에도 먼저 부정적 이미지로 다가오는 섬뜩함을 지녔다. 정영선 시인의 ‘칼의 긍정성’이라는 시가 제목부터 반짝! 신선함을 주는 이유다. 칼을 생각하면 공간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칼이 부엌에 있으면 긍정, 욕실에 있으면 공포, 가슴에 있으면 단심(丹心), 머리에 있으면 사이코패스. 시인의 칼은 공격적으로 감정이며 일이며 관계며 문제들에 칼을 들이대고 싶다가도 남은 잎을 떨궈내는 가을바람 같은 칼로 긍정적 변신을 하며 스스로 착한 칼이 된다.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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