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유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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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유승도
골바람 속에 내가 있었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려하지 않았으므로 어디로 가는지를 묻지도 않았다
골짜기 외딴집 툇마루에 앉아 한 아낙이 부쳐주는 파전과 호박전을 씹으며 산등성이 너머에서 십년 묵언에 들어가 있다는 한 사람을 생각했으나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바람 속에 내가 있었으므로 바람의 처음과 끝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창비 1999)
(마주하고 있는 사람과 나눌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우리는 곤혹을 느낍니다.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이런저런 주제를 꺼내 보지만
길고 정다운 대화로 이어지기란 참 어렵습니다.
흙탕물을 받아두듯 어느 정도의 침묵이 있어야 나와 상대의 마음이 선명하게 보일 것입니다. 박준)
Come Back My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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