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1 -윤중호(1956~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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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1 -윤중호(1956~2004)
새벽마다, 오릿길 텃밭을 다녀옵니다.
하지 감자 웃자란 순을 떼어내고
엇갈이배추를 솎습니다.
토마토가 탱글탱글 여물어가고
고추가 고추만 하게 대롱거리는데
며칠 전 뿌린 열무가
땅을 들썩이며 움쑥 솟았습니다.
거둔 완두콩으로
아침을 지어 먹었습니다.
막 따온 청상추
아삭아삭 소리가 납니다.
참 행복합니다.
생각해보니
참 불쌍합니다.
□그는 텃밭을 돌보고 나서는 콩을 넣어 밥을 지었나 보다. 청상추를 장에 찍어 먹고 있나 보다. 자연의 품에 돌아간 듯 식사는 소박하고 마음은 가난한데, 행복해하던 그는 왜 불쑥 불쌍하다 말하는 걸까. 아마도, 이렇게 작은 걸로도 인간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런 줄도 모르고 지금껏 아등바등 살아왔다는 생각에.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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