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조심하라구? -진은영(1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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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를 조심하라구? -진은영(1970~ )
너무 작고 하야니까
하얀 털들이 어떤 부드러운 세월처럼 흔들리니까
어린 토끼들의 눈알이 유리 눈송이처럼 쌓이니까
따듯하게 젖은 코에 발가락을 가져가고 싶으니까
아 너무 많은 귀들, 귀들의 흰 채찍이 모였으니까
그 긴 것에 내 목이 감길지 모르니까
눈토끼들이 혀 위에 녹아 흐 르 다
□아무도 토끼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토끼를 무서워하는 건 토끼풀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인은 토끼를 조심하자고 한다. 작고 하야니까. 부드러운 세월 같은 털과 유리 눈송이 같은 눈알, 심지어 목에 감기는 귀조차 약하고 가녀리니까. 혀 위에서 녹아 흐르는 눈처럼 희미한 토끼. 사라져버릴 것 같은 것들은 무섭다. 한없이 조심해야 하는 것들은 무섭다.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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