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 -반칠환(1964~)
페이지 정보

본문
.jpg)
팔자 -반칠환(1964~)
나비는 날개가 젤루 무겁고
공룡은 다리가 젤루 무겁고
시인은 펜이 젤루 무겁고
건달은 빈 등이 젤루 무겁다
경이롭잖은가
저마다 가장 무거운 걸
젤루 잘 휘두르니
사실 1인칭보다 더 무거운 것이 있는가. 그래서 일찍이 문학은 그것을 3인칭으로 혹은 1인칭 복수형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왔다. 1인칭은 무겁다. 언젠가 친정어머니와 함께 할리우드의 ‘스타들의 거리’를 간 적이 있는데 길에서 유명 여배우들의 핸드 프린팅을 발견하고 엄마는 소녀처럼 좋아했다. 그런 외할머니가 안 돼 보였던지 애들이 “할머니 손도 여기 찍어봐, 찍어봐”라고 하니 말이 없었다. 그때 나는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왔든 어떤 삶을 살고 있든 인간은 모두 각자가 ‘명예의 전당’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이 남루하고 누추한 삶이 다 우리의 레드 카펫이다. 자기 무거움을 잘 지고 가기만 한다면. <김승희>
Pepper's Lonely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