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관(下棺) -천수호(19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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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관(下棺) -천수호(1964~ )
아버지께 업혀왔는데
내려 보니 안개였어요
아버지 왜 그렇게 쉽게 풀어지세요
벼랑을 감추시면
저는 어디로 떨어집니까
□이 세상에 나라는 존재를 만든 아버지는 나를 여기까지 업고 온 사람이다. 아버지의 관을 땅속에 내려놓는 순간, 나는 안개 속에 길을 잃은 사람이 되어 눈앞이 흐려지고 막막해진다. 하관의 의식은 잠깐이다. 아버지가 사라지는 모습을 시인은 풀어진다고 말한다. 그것은 생의 무거움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난다는 뜻이다. 관 위에 풀어지는 흙도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특히 이 시에서 ‘벼랑’이 기가 막히게 뛰어나다. 아버지의 죽음을 벼랑의 부재로 비유하는 대목에서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끝없이 도전하게 하고 날카로운 수직의 기상을 보여주던 벼랑의 부재가 아버지의 죽음이라니! (안도현)
Wrap Your Troubles In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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