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지붕 너머 -폴 베를렌(Paul Verlaine·1844~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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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지붕 너머 -폴 베를렌(Paul Verlaine·1844~1896)
하늘은 지붕 너머
저렇게 파랗고 조용하구나.
종려나무는 지붕 너머 저편에
큰 잎을 일렁이고 있구나.
공중에 달려 종은
은은하게 울리고,
나무 위에는
제 설움을 우는 새 한 마리.
오 맙소사, 삶은 저렇게
단순하고 고요하게 있는 것을.
시가지 쪽에서 들려오는
평화로운 저 웅성거림.
ㅡ무엇을 했는가, 여기 이렇게
끝없이 울고 있는 너는.
말해 보라, 무엇을 했는가, 너는
네 청춘으로 대체 무엇을 했는가?
□생의 막다른 자리에 이르러 던진 자책과 뉘우침의 시다. 1873년 브뤼셀의 미결감옥에서다. 베를렌의 난폭한 기질이며 랭보와의 치정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진 반면 두 사람의 자포자기와 자기 파괴가 보불전쟁의 패전, 파리코뮌 실패(1871)에 이은 학살과 탄압 속에서였던 점은 흔히 간과된다. 특히 베를렌은 파리코뮌에 적극 참여했던 사람이다. 그 부분이 적절히 보완돼야 시에 대한 이해도 온전해지지 않을지. 공포와 도피 속에서 스스로를 패륜 지경까지 몰아갔던 이 다감한 영혼은 이어 2년의 실형을 살았다. 오늘 나는 ‘네 청춘으로 대체 무엇을 했는가’ 하는 아픈 물음 앞에서 얼마나 떳떳한가. <김사인>
Undo The Right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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