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감자토프(Rasul Gamzatov, 1923~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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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鶴)-감자토프(Rasul Gamzatov, 1923~2003)
가끔 생각하네
전선에 쓰러져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실은 눈처럼 흰 학이 된 게 아닐까 하고
그래서 전부터 그 계절이면
학들이 높이 울며 날아갔던 듯싶어
우리도 먼 울음소리에 눈물 글썽이며
하늘을 바라보았던 듯싶어
날아가네 저 하늘 학의 무리들
멀어져 더는 보이지 않네
이승의 삶 마치는 날
나도 그 속의 한 마리 학이 되리
아픔도 근심도 다 벗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겠네
무리에 나도 섞여, 새로 배운 말로
옛 친구들의 이름 하나씩 불러보겠네
지상에 남은 그대들의 이름도 불러보겠네
나는 가끔 생각하네
전선에 쓰러져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눈처럼 흰 학이 된 거라고.
□철원 평야의 철새 무리가, 만주와 노령의 들과 산에서 스러진 독립군의 무명 청년들, 숨져간 6·25의 젊은 장정들, 사할린과 중앙아시아와 멕시코와 하와이의,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의 넋이라고 나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카스피해 서안 다게스탄공화국의 시인 감자토프가 모어(母語)인 아바르어로 1950년대에 쓴 시다. 뒤에 러시아어로 번역되고 약간의 개사를 거쳐 69년 곡이 붙여졌다. 전쟁의 무익함과 비애를 노래하고 있는 이 시는, 시보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장중한 테마음악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김사인>
모래시계(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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