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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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정철
가족을 속이는 말. 친구를 속이는 말. 술집 주인을 속이는 말. 현실에는 없는 말. (...)
외로움 이야기다. 늘 술잔에 술 3, 외로움 7을 섞어 마시는 우리 모두의 외로움 이야기다. (...)
예전에 이런 카피를 썼다. 술맛의 10%는 술을 빚은 사람입니다. 나머지 90%는 마주 앉은 사람입니다. 많은 분들이 동의해줬다. 그래, 우린 알코올에 취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 취한다. 내 입에서 나오는 아무 말에 과장된 반응을 보여주는 내 앞에 앉은 사람에 취한다. 그는 내 외로움을 홀짝홀짝 다 받아 마시고 허허 웃는다. 그 맑은 표정에 취한다.
오늘 밤, 다시 사람에 취하고 싶다. 술잔과 술잔이 쨍 부딪치는 건배가 아니라, 가슴과 가슴이 쿵 부딪치는 건배를 하고 싶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내게 던져준 이 긴 외로움이 버겁다.
정철 카피라이터 (20200325 중앙일보 사람사전)
■누군가 그대에게 한잔 하자는 속임수를 쓰면 흔쾌히 속아주는게 좋다고 했다.
Upside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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