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이덕규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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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이덕규 (1961~)
자라면서 기댈 곳이
허공 밖에 없는 나무들은
믿는 구석이 오직 허공뿐인 나무들은
어느 한쪽으로 가만히 기운 나무들은
끝내 기운 쪽으로
쿵, 쓰러지고야 마는 나무들은
기억한다, 일생
기대 살던 당신의 그 든든한 어깨를
당신이 떠날까봐
조바심으로 오그라들던 그 뭉툭한 발가락을
□허공은 나무들의 언덕이고 새들의 길이다. 별과 달의 집, 구름의 안식처, 바람의 놀이터가 허공이다. 오로지 가시화된 것만을 믿는 서구의 인식론은 비가시적인 허공을 실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허공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일 뿐이다. 하지만 시인은 아무것도 아닌 것, 힘이 없는 것에 강력한 어깨를 부여한다. 그리하여 허공에 뼈대가 생기는 것이다. 한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후원자였으나 지금은 초췌하게 늙어가는 아버지, 혹은 어머니를 이 시에서 읽어내야 한다. 우리는 허공의 힘으로 살아간다. (안도현)
Vange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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