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의 눈-유계영(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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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의 눈-유계영(1985~)
나를 벌레라고 부르자
사람들이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왔다
오늘은 긴 여행을 꿈으로 꾼 뒤의 짐 가방
검은 허리를 무너뜨리며 떠다니는 새벽
그림자를 아껴 쓰려고 앙상하게 사는 나무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은 미끄러운 경험
바람에게 그림자가 없다고 믿는다면
떨어지는 잎사귀에도 속력이 없다
증상 없는 병을 병이라 부르지 않으니
나는 이름도 없는 나날
□증상 없이 아픈 이 사람은 자신을 벌레처럼 하찮게 여기는 듯하다. 허망하고 앙상한 그는 바람 그림자나 낙엽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앓고 있다. 가히 무병신음(無病呻吟)이다. 이것은 꾀병이 아니다. 아픔의 원인을 모른다는 데 이 병의 진짜 아픔이 있다. 소월과 이상이, 윤동주와 기형도가 이 병을 앓았다. 앓으면서도 쉼 없이 무얼 적어놓고 갔다. (이영광)
We're All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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