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의 장난 - 박남수(191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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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의 장난 - 박남수(1918~94)
1
호루라기는, 가끔
나의 걸음을 멈춘다.
호루라기는, 가끔
권력이 되어
나의 걸음을 멈추는
어쩔 수 없는 폭군이 된다.
2
호루라기가 들린다.
찔금 발걸음이 굳어져, 나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번에는 그 권력이 없었다.
다만 예닐곱 살의 동심이
뛰놀고 있을 뿐이었다.
속는 일이 이렇게 통쾌하기는
처음 되는 일이다.
□사물은 때로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 같은 기능을 가진 사물이라도 사물 자체의 의미는 미결정적이고 유동적이어서 그것이 처한 맥락에 따라 의미가 바뀐다. 호루라기 소리 하나에도 권력의 억압을 느꼈던 시대가 있었다. 권력의 호출이나 경고의 압박이었던 호루라기 소리가 한 아이의 동심을 만나서 통쾌하게 부서진다. 속아도 좋아서 막 웃음이 나온다. 좋은 시는 사람을 억압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 준다(김현)는 좋은 평론의 말이 떠오른다.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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