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_손기섭(1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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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_손기섭(1928∼ )
언제부턴가 내 등에
점점 커가는 콩알만 한 혹 하나가 생겼는데
손이 닿지 않아 만질 수도 없고
거울로 비쳐봐도 잘 보이지도 않고
가끔 가려운 듯하면서 신경을 긁는다
손수 칼 잡을 때 같으면
친구 이리 와 그까짓 것 문제없어
하고 손쉽게 떼어내 줄 것 같은 것이지만
지금 나에게는
그렇게 해줄 만한 친구 하나 없다
나온 지 오래 됐어도 근무했던 병원에 가면
마음 써줄 후배나 제자도 있겠지만
그 까다로운 수속이며 절차며
어쩔 수 없이 번호가 되어 기다려야 하고
그 밖의 처지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번지도 잘 모르는 곳에서 눈물이 난다
공원에, 벤치에, 대기실에 앉아 있는 모든 노인들은
한때 역전의 용사였고
푸른 젊은이였고 훌륭했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오래 사는 것이 왜 슬퍼야 할까.
그들은 아름다웠기에 이미 아름답다.
그러니 “열심히 시를 쓰고 열심히 생명을 구해 주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해줄 필요가 있다.
저 노인의 손을 꼭 잡아줄 필요가 있다. (나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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