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닌 그 땅 위에_나희덕
페이지 정보

본문

주춧돌을 어디에 놓을까
(...)
오늘도 집을 짓는다
내 것이 아닌 그 땅 위에, 허공에
생각은 돌담을 넘어
집터 주위를 다람쥐처럼 드나든다
집을 이렇게 앉혀보고 저렇게 앉혀보고
벽돌을 수없이 쌓았다 허물며
마음으로는 백 번도 넘게 그 집에 살아보았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닌 그 땅에는
이미 다른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지 않은가
-작품 출처 : 나희덕 시집,『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문학과지성사), 2014.
마음속으로, 몇 채나 되는 집을 지어보셨나요?
한 열 채쯤요? 한 스무 채쯤요? 비록 ‘허공’에 짓는 집이기는 하지만 꿈꾸는 집을 앉히다 보면 은근히 기분이 좋아져 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다예요. “그러나 내 것이 아닌 그 땅에는/ 이미 다른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지 않은가” 시인이 하는 말에 ‘그렇네요.
시인 박성우
- 이전글가시_남진우 23.03.25
- 다음글나도 그들처럼 -백무산 23.03.2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