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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조용히 창문을 두드리다 간 밤_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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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0회 작성일 23-03-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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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밤 / 김경주

불을 끄고 방 안에 누워 있었다
누군가 창문을 잠시 두드리고 가는 것이었다
이 밤에 불빛이 없는 창문을
두드리게 한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
언젠가 나도 저런 모습으로 내가 살던 시간 앞에 와서
꿈처럼 서성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 방 곳곳에 남아 있는 얼룩이
그를 어룽어룽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나도 유령처럼 오래전 나를 서성거리고 있을지도

출처 :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 랜덤하우스, 2006년, 48~49쪽



김경주 시인의 첫 번째 시집입니다.
20대 시절, 어두컴컴하고 곰팡이 냄새나는 자취방에 홀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던 그 시간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무심코 작은 쪽 창을 바라보았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더군요. 자취방 뒤에 산이 있고, 무덤이 여러 개 있어 저를 바라보고 간 것은 고양이뿐만은 아닐 겁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영혼도 조용히 제 창문을 두드리고 갔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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