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왜 짠가_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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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느끼게 조심,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 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금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창작과 비평사)에서

설렁탕집 탁자 앞에 앉아 있는 어머니와 아들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국물을 더 따라주려는 어머니와 그만 받으려는 아들의 투가리가 허공에서 동시에 툭, 부딪히는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아, 눈물이 그래서 짰구나! 신 경 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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