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두꺼비 새기다니" 탄식…달항아리 열풍 뒤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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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리움에 전시되었던 국보 달항아리(2007-1)와 오사카의 사연 많은 달항아리가 출품될 가능성이 크다. 국보 달항아리는 높이 44㎝의 큰 사이즈와 풍만하고 균형 잡힌 형태가 특히 뛰어난 것으로 여겨진다. 오사카 달항아리는 일본 사찰에 침입한 절도범에 의해 300여 조각으로 깨졌다가 미술관에 기증돼 수년에 걸쳐 복원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일본인이 소장한 달항아리가 적지 않지만 다른 문화재와 달리 약탈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세기 중반까지 문화재라기보다는 17~18세기부터 만들어진 일상 용기의 한 종류로 여겨져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름도 ‘달항아리’가 아니라 그저 백자 항아리, 백자대호(白磁大壺) 등으로 불렸다. ‘달항아리’라는 서정적인 명칭은 현대미술 거장 김환기(1913~1974), 혹은 김환기의 절친이자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었던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가 창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바로 이들이 달항아리 미학을 본격적으로 정립하기 시작한 선구자들이다.
그후 2000년 런던의 영국박물관(대영박물관)이 한국실을 개관하면서 주요 유물로서 18세기 조선 백자 달항아리를 ‘Moon Jar(달항아리)’라는 이름으로 내놓았고 그것이 유럽 문인·예술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또한 2005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전으로 ‘백자 달항아리전’을 열고 당시 문화재청장이었던 유홍준 교수가 달항아리를 “한국미의 극치”라고 평했다. 그리고 사진작가 구본창, 설치미술가 강익중 등 주요 현대미술가들이 달항아리를 모티프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로써 달항아리는 2000년대 들어서 ‘한국 미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고, 대중의 인기까지 얻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중적 인기 배경에 대해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 반한 컬렉터도 많지만, 집에 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에 달항아리 작품을 사는 사람도 많은 게 사실”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한 아트딜러는 말했다.
이에 대해 구본창 작가는 중앙SUNDAY에 이렇게 말했다. “달항아리는 비어 있는 느낌이면서 동시에 그만큼 많이 채울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볼륨감이 있다. 크고 둥그스름한 복덩이 같은 형태가 그 안에 행복과 행운을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세속적으로는 그 채움의 기대감을 물질과 연결해 돈이 들어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달항아리는 소박하면서도 풍요로운 형태이므로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렇게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달항아리의 독특한 조형미에 반해 외국 작가들도 달항아리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 T매거진은 다양한 재료로 달항아리 만드는 브루클린 작가들을 소개할 정도였다.
그러나 문제는 인기에 편승해 질 낮은 작품들이 양산되는 것이고, 구 작가도 그것에 우려를 표했다. “아트페어에 가면 거의 모든 화랑 부스에 달항아리 그림이 있는데, 수준이 떨어지는 것들도 많다. 달항아리, 나아가 조선 백자가 가지는 특유의 매력과 품격이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 둥근 형태를 피상적으로 재현한 것들이 많고, 또 그저 유행에 따라 달항아리 그림을 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걸 사간다. 타국의 사람들이 볼 때 한국 달항아리의 품격이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
문소영 문화전문기자 moon.s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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