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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빵 만드는 여자 -임곤택(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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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0회 작성일 24-05-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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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빵 만드는 여자 -임곤택(1968~)

꽃을 꺾고 잎을 따는 시늉의 손짓
스스로 숯을 삼키고 벙어리가 된 자객처럼
여자는 국화 무늬를 새긴다
올겨울에는 전대미문의 추위가 닥칠 거라고, 누군가 신문보도를 인용하고

여자는 역수(易水)를 건너 환생한 자객
가을 깊어도
이번 세상과는 아무 관계도 나누지 않는

반듯하게 잘린 시체 위에 몇 송이 국화꽃을 던지듯
봉지가 채워지고
짧은 목례가 마지막으로 교환된다

■ 빵은 꽃의 복제품에 불과하지만 ‘여자’에겐 안 보이는 칼이 있어 빵틀에서 국화를 피워낸다.
강추위의 예감 속에 그녀의 손은 바쁘고 입은 꿰맨 듯 말이 없다.
생계는 저렇게, 아무리 조그맣더라도 전력을 요구한다.
예양은 벙어리 시늉을 하고도 실패해 자결했고, 형가는 역수를 건너선 돌아오지 못했다.
암살은 실패해도 생계는 실패해선 안 된다.
빵을 꽃이라 여기며, 이번 세상과도 무언가 ‘관계’란 걸 걸어봐야 할 테니까.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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